동서대학교 07학번 안보라입니다.
2016학년도 대구광역시 신규교사 중국어임용고사에 합격하였습니다.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지도해주시고 응원을 보내주신 중국어학교 여러 교수님, 그리고 지금도 중국어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후배들 앞에 합격수기를 쓰자니 왠지 두려운 마음이 앞섭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4년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칩니다. 중국어학과에 입학하여 중국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였고, 지도교수님과 자신의 꿈과 진로에 대해 상담하면서 비로소 내가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알아가기 시작했던 그 때, 교직과정 이수자에 선발되어 중국어 수업과 교직과목 수업을 병행하며 조금씩 꿈을 키워가던 3학년 시절, 그리고 4학년이 되어 서너 번의 모의연구수업을 혹독하게 마치고 교생실습을 나가 모교 후배들 앞에서 겉으론 태연한 척 했지만 속으론 서 있기도 힘들었던 첫 수업, 그 모든 장면들이 이제야 하나씩 하나씩 떠오릅니다.
처음 임용고사 준비를 시작할 때는 정말 4년이나 걸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길어야 3년? 지금 생각하면, 그 후 뼈저리게 후회한 사실이지만, 임용고사가 이렇게 어려운 시험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먼저 합격한 선배들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전수받았지만 자신감이 앞선 나머지 절실한 마음이 부족하였던 탓에 가슴깊이 와 닿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열심히 하면 되겠지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게 막연한 기대와 근거 없는 자만심으로 일 년을 허비하였습니다. 이때만 해도 여전히 자신에 차 있었습니다.
2년 째 되던 해부터 본격적으로 임용고사 준비에 매달렸습니다.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학원, 인터넷 강의에만 집중하였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공부 방법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았지만 무조건 열심히 하자고 생각하여 외우고 또 외우기를 반복하였습니다.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시험유형의 변화에 따른 전략이 없었고, 자기주도학습능력의 부족을 곱씹어야 했으며, 다른 사람의 합격수기는 읽었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학습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걸 실패 후에야 어렴풋이 알아차렸습니다.
3년 째 되던 해, 두 번의 실패로 인해 점점 자신감은 떨어져 갔고, 너무나 높아 보이는 임용고사라는 벽 앞에 주저앉아 몇 달을 울고만 있기도 했고, 점점 작아지는 나를 보며 방황과 숨길 수 없는 우울함 속에 갇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용기와 힘도 나지 않을 만큼 무기력해져 갔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10월이었고, 시험은 한 달반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닥치는 대로, 미친 듯이 공부에만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1차 시험에는 합격했으나 최종시험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이제는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근소한 점수 차이로 탈락하기는 했으나 더 이상 도전할 용기도 힘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취업을 해 볼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부산으로 내려와 지도교수님께 변명이라도 하고 앞으로의 일을 상의하면서 내심 격려라도 받고 싶었습니다. 등을 토닥이시며 저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시던 그 때를 영원히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눈앞이 번쩍 뜨이며 “지금의 너를 인정하라. 그리고 다시 시작하라. 네게는 꿈이 있지 않은가?” 하는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힘을 냈습니다. 4년 째 되던 해는 3월부터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맨 먼저 나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아낸 것이 주효했습니다. 목차를 보고 백지에 자신이 아는 것, 암기한 것을 적어가며 남에게 설명하듯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3년간의 시행착오와 방황이 약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2016년 2월, 4년의 긴 터널을 지나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꿈 앞에 마침내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공부는 혼자 하는 것입니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실패로부터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힘든 시기는 누구에게나 한 번은 꼭 찾아옵니다. 그럴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는 누군가를 떠올리세요.
저에게는 영원히 저를 믿어주시는 부모님, 그리고 고비마다 저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잡아주시며 격려해 주신 지도교수님이 있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제가 그 동안 겪어왔던 보잘 것 없는 날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꿈을 좇는 길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빠, 엄마 사랑해요! 교수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