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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도 아름다운 섬, 소록도를 다녀와서

조회 13,751

2007-07-10 00:00

디지털방송 3학년 남현우씨 소록도 자원봉사 체험기

면적 4.42㎢, 인구 약 600여명. 해안선길이 14㎞의 작은 섬.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고 하여 소록도라 불리는, 이전에는 한센(나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한센병 환자와 병원 직원들만의 섬이었으나 현재는 아름다운 경관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 된 슬프고도 아름다운 섬.

학교 강의가 모두 끝나고 학과 업무로 피곤해 져 있을 즈음, 집에서 형이 내게 물어왔다.
“ 현우야, 방학 때 아르바이트 하기 전에 여행이나 갔다 오자.”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내 자연스레 먼 바닷가,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저 멀리 내 기억의 한 조각을 묻어둔 어린 사슴의 땅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비록 3박 4일의 짧은 여정이지만 내 여름의 추억을 간직한 땅. 어쩌면 학생의 신분으로는 마지막 여정이 될 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아쉬움과, 예년의 설렘으로 나는 이미 미소 짓고 있었다.

마을B팀.
이번 봉사활동에 내가 속해질 팀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소록도 봉사활동을 가면 다른 곳으로 지원을 나갔었다. 작년에도 먹거리지원팀 이었지만 궂은 날씨 관계로 마을봉사를 나갔었지만 올해에는 마을봉사에서 산업팀이란 곳으로 지원을 나가게 되었다.

7월2일아침.
소록도 자원봉사단 환송식을 하면서 나는 마음을 굳게 다졌고 작년의 기억을 떠 올리며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숙소까지 한걸음에 달려간 우리는 각 마을로 사전조사를 떠났고 우리가 다시 다모였을 때에는 어느덧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저녁 각 조별로 다과회를 가질 때 즈음, 우리는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그냥 놀다갈 수는 없겠다.”
이 곳의 상황을 처음 접해본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아마도 우리들의 눈에 비친 것은 다 같았을 것이다. 그 들의 주거환경은 우리와 많이 달랐고 그냥 척 봐도 우리들의 생활보다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나도 아마 작년에 그렇게 생각했고 그런 생각 때문인지 더 열심히 자원봉사에 임할 수 있던 것 같다.

다음날 우리는 각조별로 맡은 임무를 위해 배정된 마을로 떠났고 우리 산업팀은 마지막까지 함께하게 될 서 집사님과 대면하게 되었다. 우리에게 처음 내려진 임무는 잡초제거였다. 산업팀은 전부남자로만 이루어졌었고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군필이라 제초작업쯤이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작업장소로 갔다.

하지만 이번에도 내 예상은 빗나갔다. 우리가 작업할 곳은 돼지와 개를 키우는 건물하나가 덩그러니 숲속에 있었다. 말 그대로 그 곳은 숲속이었다. 무릎까지 자라있는 풀들. 그 앞에 우리는 멍하게 좌절하고 있었다.

“이거는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이”
우리가 정신을 놓고 구경을 하고 있자 서 집사님께서 직접시범을 보이셨다. 서 집사님의 손은 이미 전체가 다 굳은살처럼 보였고 더욱이 맨손으로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는 우리가 하겠다며 앉아서 쉬시라고 말하며 작업장으로 뛰어들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점점 지쳐가고 있을 때 쯤, 우리에게 다가오는 서 집사님의 손에는 빵과 아이스크림이 담겨있었다. 여건이 안 좋아 우리에게 먹을 것도 잘 주지 못해 미안해하셨는데 우리에게 주신 따뜻한 마음에 더 없는 감동을 느끼며 더욱 열심히 봉사를 하였다.

우리가 정말 힘들었던 것은 봉사활동이 아니었다. 팔에 붙어있던 모기. 자기네들도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었겠지만 찌는 듯한 더위 속에 모기를 비롯한 온갖 벌레들에 물려 팔과 다리에는 영광의 상처가 늘어만 갔고 연신 몸을 간질어 댔다. 비록 짜증이 많이 나고 힘들기도 했지만 이런 것도 못 참고 징징대려면 이곳까지 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며 힘들 냈다.

올해 소록도의 날씨는 작년과는 참 많이 달랐다. 지난해에는 비가 부슬부슬 왔기에 못한 일도 있었고 시원해 좋았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강한 햇빛이 우리위에 있었고 덕분에 계속해서 흐르는 땀과 까맣게 타버린 피부를 얻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계시는 서 집사님과도 어느 정도 친해져서 우리는 서로 농담을 하며 무더운 더위와 짜증을 씻어낼 수 있었다.

이튿 날도 서 집사님께서는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 주셨다. 이 날의 임무는 썩은 나무와 토사들이 뒤엉켜있는 쓰레기더미를 치우는 일. 모두들 톱과 삽을 들고 토사를 뒤집어쓰며 힘을 썼다. 오전에는 날씨가 선선해 참 다행이라 생각했었는데 역시 하늘은 우리 편이 아니었나보다. 어제보다 더 강한 빛을 쏘아내고 있었고 나의 몸은 토사와 땀이 범벅이 되어 온갖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다른 조들 같이 마을봉사를 했더라면 더 편하게 봉사하고 갈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늘에 잠깐 나와 주위를 둘러보고는 다시 생각을 고쳤다. 우리 팀의 사람들은 전혀 힘든 내색 없이 모두들 웃고 농담하며 일을 하고 있었기에 나도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 붙어있던 바닷가에 뛰어들고 싶었지만 조금만 참자며 나를 달랬다. 지난해에도 느꼈었지만 소록도는 사람들의 손에 닿지 않아서인지 자연 절경이 뛰어났다. 조금만 움직여도 시원한 바닷가를 볼 수 있었고 반대로 조금만 들어가도 아름다운 산을 맞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이었다.

특히 여기에는 흰 사슴이 산다고 해서 봉사단 전체가 술렁거렸지만 실제 흰 사슴을 본 사람은 드물었고 우리들의 부러움을 샀다. 아마도 그 사슴을 본 사람은 3년안에 결혼을 한다 했던가?

그렇게 빠듯했던 삼일간의 일정이 끝이 났고 우리 모두는 마지막저녁을 함께하며 한 곳에 모였다. 다 들 모여서 하는 말들은 자기가 했던 일에 관한 것들이었는데 공부만하던 도시인인 우리들이 이런 힘든 일들과 어려운 사람들을 자원해서 돕는다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항상 똑같은 말을 했다. 재미있었고 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는….

그렇게 우리들은 빨랫감들에 의해 더 무거워진 짐들과 많은 생각과 뿌듯함에 의해 더 무거워진 마음을 가지고 소록도를 나오는 배에 몸을 실었다. 배안에서 우리들은 소록도에 눈을 떼지 못했고 아마 다같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건강하시구 안녕히 계세요.”

"volunta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자원봉사‘ 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자발적인 활동에 근거하고 국가권력이나 외부압력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순수함에 의미를 두지 않고 단지 인증서와 이력서라는 표면적인 종이 조각에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 이 곳을 찾은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다. 물론 극소수이거나 없을 수도 있겠지만.

“니는 작년에 와 노코 와 또 왔노?”

나의 소록도행이 두 번째임을 알고 누군가가 던진 질문이었다. 비록 나는 자원봉사의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고,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와서 자세히 접해 본 것이 전부이지만, 그 사람의 질문을 어느 정도 이해할 것 같았다. 하지만 무어라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그저 빙그레 웃음만 되돌려 주었다.

추억이 될거라 생각했었던 어린 사슴의 땅.

이제 나는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추억’이 아닌 ‘기억’으로 이 어린사슴을 기억하자고.
훗날 뒤 돌아 보았을 때 단지 좋은 추억이 있는 곳이 아닌, 내 마음의 텃밭을 가꾸는데 고마운 토양으로 있어준 그 곳을 나는 기억한다.

<참고:우리대학 재학생 130명은 7월 2일부터 3박4일간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생활하는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돌아왔다.>

 

 



<종합홍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