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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봉사활동을 마치고······

조회 13,366

2008-07-07 00:00

방학과 함께 소록도 봉사활동 모집이 있었다. 많은 동서학우들이 소록도 봉사활동에 지원하였고, 나 또한 소록도 봉사단의 일원이 되기 위해 신청을 했다. 소록도 자원봉사활동은 총학생회 주관 아래 8년 전부터 매년 3박 4일 동안 소록도를 방문하여 몸이 불편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아 주고, 어르신들이 평소에 하기 힘드신 작업을 도와드리고, 자주 드시지 못한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나눠드리는 음식봉사 등을 맡아서 하게 된다.

대학을 다니면서 여러 봉사활동을 하긴 했지만 한센병,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나병환자들을 직접 만나고 부대끼면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소록도 봉사 단원의 일원이 되어서 기쁘고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사실 소록도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교육을 받기 전까지 한센병에 대해서 많은 오해를 했었다. 특히, 한센병 환자들과 접촉만 해도 병이 옮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서 한센병은 간단한 접촉만으로 옮지 않고, 요즘에는 주사나 약으로 쉽게 한센병을 치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한센병을 앓는다고 하면 마치 우리와 다른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소록도라는 섬에 고립된 채 세상과 소외되어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을 생각하니 소록도에 가서 다른 무엇보다도 그분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고 오자고 마음먹었다.

드디어 3박 4일간의 소록도 활동이 시작되는 7월의 첫 날······. 나를 비롯한 120명의 동서학우들이 출발하기 전 환송식에 참석하기 위해 I.C 빌딩 앞에 모였다. 학교에서 마련한 흰색 티셔츠, 조끼, 모자를 모든 봉사단원에게 나누어 주었고, 봉사단 복장을 착용하고 나서 환송식이 시작됐다.

오동국 봉사단장이 우렁찬 목소리로 소록도 봉사활동을 알리는 선서문을 낭독하였고, 120명의 봉사단원들 또한 각자의 마음속에 진정한 봉사를 다짐했다.
환송식이 끝나고 봉사단원 모두 버스에 몸을 싣고, 봉사 장소인 전남 고흥에 있는 소록도라는 섬으로 출발했다.

버스를 타고 4시간 쯤 달렸을까 소록도에 들어가기 전 녹동이라는 어촌 마을에 내렸다. 우리는 거기서 부산에서 준비한 짐을 내리고 소록도에 들어가는 배를 기다렸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조금씩 비가 오기 시작했고, 점점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급하게 비옷을 마련해서 입고 우리는 배를 타고 소록도 들어갔다.

소록도에 닿았을 때, 하루 먼저 도착한 본부팀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모든 짐을 봉고차에 실었고, 우리는 숙소가 있는 곳까지 도보로 걷기 시작했다. 몇 걸음 걸었을까 비는 점점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3박 4일 동안 과연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렇게 30분을 걸었을까 우리가 머무를 체육관 같은 숙소에 도착했다. 모두 짐을 풀고 오후에 있을 봉사 교육을 위해 장소를 옮기려고 했지만 점점 쏟아지는 비 때문에 일정이 취소되었지만 팀별로 간단하게 교육을 받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 했다. 다음날 여전히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지만 본격적인 둘째날 일정이 시작되었다.

아침 체조를 시작으로 둘째날 일과가 시작했다. 두 조씩 짝을 이루어 봉사활동을 하였고, 우리는 2조와 함께 녹생리로 마을 봉사를 하게 되었다. 녹생리에 도착해 마을 어른들께 해맑게 인사를 했고, 대표 어르신께서 정해주신대로 남학생들은 리어카에 삽과 장화를 싣고 수로 작업을 하러 나섰고, 여학생들은 녹생리 병동 방마다 방문하서 바퀴벌레 약을 놓는 일을 했다.

그리고 할머니방 옷장도 정리해 드리고,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말벗도 되어드렸고, 할아버지 방도 청소해 드렸다.
방문하는 방마다 어르신들께서 항상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고, 친손녀가 온 것처럼 마음을 써주셨다. 그런 정겨움이 감사하기도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많은 봉사자들이 방문을 하지만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자그마한 우리의 손길에 따뜻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고 겉으로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특히, 한 분의 할아버지 방을 청소하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처음 인사를 하려고 방문을 열렸을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쾌쾌한 냄새와 방, 주방 심지어 화장실까지 여기저기에 태어나서 한번 볼까 말까한 바퀴벌레를 볼 수 있었다. 이걸 보고 더럽다는 생각보다는 무수히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지저분한 방을 방치하고 등을 돌리고 가버린 것에 더욱 화가 났다.

그리고 그 속에 말없이 생활해야했던 할아버지를 생각하니 또 한번 눈물을 삼켰다. 그래서인지 그 방 할아버지는 인사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우리에게 신경질적이고 매우 무뚝뚝했다. 하지만 우리1팀 여학생들은 말없이 구석구석 열심히 쓸고 닦았다. 청소를 하면서도 계속 나타나는 바퀴벌레들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청소해 드렸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에 맘을 여셨는지 청소를 하고 나서려는 우리를 붙잡아서 식혜를 건네셨다. 우리가 한 것은 작은 것 이였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그날 오후에는 중앙리에 가서 자장면 배달하는 일을 했는데 비가 많이 와서 운반하는데 매우 힘이 들었지만 조금이라도 따뜻한 자장면을 배달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자장면 배달에 의아해 하셨지만 평소 자주 먹어 보지 못하는 음식을 드신다는데 매우 기뻐하셨다. 배달을 하다가 앞을 못 보거나 손을 못쓰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떠서 먹여드리기도 했다. 직접 입안 가득 넣어드리면서 담소를 나누는데 어르신들께서 하시는 말씀이 70년을 사시면서 자장면을 세 번째 먹어본다고 말씀하셨다.

우리에게 그렇게 흔한 자장면이 그분들에게는 이렇게 귀한 음식일지는 상상도 못했다. 넉넉하지 않은 양이였지만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내가 먹은 것처럼 배가 불렀다. 이렇게 둘째날 일정을 마무리 하고 잠을 청했다.

셋째날 오랜만에 아침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화창한 햇살에 상쾌한 기분으로 어제와 같이 녹생리 마을에 가서 봉사 활동을 했다. 남자들은 어제와 같이 다른 곳에서 수로 작업을 했었고, 여학생들은 병동에 있는 식당을 청소했고, 나는 어제 만난 할머니 중 한 분을 휠체어에 태우고 소록도 국립 병원에 모셔가서 진찰을 받게 도와드렸다.

할머니가 진찰을 받으시는 동안 병원에 오시는 어르신들께 안부도 여쭙고, 그 곳에 일하고 계시는 의사, 간호사 선생님께 인사도 드렸다. 병원에 진찰을 받으러 오는 모든 어르신들께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일하시는 의사, 간호사 선생님을 보면서 나는 잠시 힘들었을 때, 찡그리던 내 모습을 생각하니 괜히 부끄러웠다.

진찰이 끝난 할머니를 방까지 모셔다 드리고, 우리팀을 만나 병동을 돌면서 청소를 해드렸다. 전날보다 방이 깨끗해서 빨리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방청소가 끝나고 남학생들이 일하는 곳으로 자리로 이동해서 같이 수로 만드는 작업을 같이 했다. 곡괭이질도 해보고 ,삽질도 해보았다.

처음 하는 일이라 어색하기는 했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다 같이 빨리 작업을 마치고 오후 들어서는 어제 나눠드리지 못한 다른 마을들에 자장면을 전하는 일을 했다. 준비해야 할 자장면 양이 어제보다 배 이상 많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빨리 준비한다고 했지만 우리가 봉사했던 녹생리 마을에 제일 늦게 도착했다. 자장면을 기다리시는 어르신들께 늦게 전해드려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셋째 날까지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왔고, 수고한 모든 봉사단원들에게 조촐한 파티를 열어주었다. 맛있게 준비된 음식을 먹고 서로 수고했다고 격려를 했다. 그리게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짐을 싸고, 주변 정리를 한 후에 동네를 돌며 어르신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학교가 있는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영어과 3학년 박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