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이 다니는 동서대의 내면이 어떠한지 정말 궁금했던 학부모들이 대학을 대거 방문해 그 궁금증을 풀고 뿌듯한 마음으로 되돌아갔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5월 3일 개최된 ‘어버이날 기념 학부모 초청 대학설명회’에 무려 60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학부모들은 학부 또는 전공별로 진행된 교수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자녀들이 배우는 전공과 진로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았다.
또 민석도서관, 미디어센터, 3D체험관, 임권택영화연구소 등 교육시설들을 세세하게 둘러보았다. 이어 졸업생들의 활약상을 담은 홍보비디오를 시청한 뒤 장제국 총장으로부터 동서대 성과와 발전 프로그램에 대해 직접 설명을 들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4년간 다닐 대학을 다각도로 평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장제국 총장은 “동서대는 올해 들어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등 한해 60여억원에 이르는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됐고, SAP를 비롯해 타 대학과 완전히 차별화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자녀들이 4년간의 동서대 프로그램을 잘 따라하기만 하면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사회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3부 행사에서는 정성으로 자녀들을 키워온 학부모들을 위해 환영 레이저쇼와 뮤지컬 공연 등 볼거리도 선사했다.
참가한 학부모들은 “정말 좋은 대학에 보낸 것 같다. 교육 시설과 프로그램이 훌륭하다. 졸업 후에는 뭔가를 이루어낼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대학설명회에서 제2회 동서대 문학상 시상식도 있었다.
심사위원회는 수필과 시 부문에서 각각 대상 1명, 최우수 2명, 우수 4명, 가작 10명을 선정했다.
수필부문 대상은 경영학부 4학년 문사랑 학생의 <무화과나무> , 시 부문 대상은 영상매스컴학부 3학년 김순영 학생의 <엄마의 이름>이 선정됐다. 노트북(대상), 넷북(최우수), 자전거(우수), 상품권 5만원(가작) 등 상품이 주어졌다.
-시부문 대상: '엄마의 이름' <영상매스컴학부 김순영>
-수필부문 대상: '무화과나무'<경영학부 문사랑>
엄마의 이름
영상매스컴학부 김순영
함께 있다고 해서 같이
생활을 한다고 해서 모두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처음
스무 살이 되고 온전한 나의
이름을 가졌을 때 편리한
습관들을 지우고 다시 나를
만들어 갈 때 함께와 모른다는
같은 말인 줄을 깨달았다 내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엄마의
나이는 벌써 마흔하고도 일곱
그림자처럼 낯선 나이였다 내가
모르는 것들이 낡은 핸드백 닳은
구두 빠지지 않는 반지에 흘러
넘쳤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시간이 되어서야 낯선
엄마의 이름 알게 되었다 엄마도
이젠 까마득히 잊혀진 추억의 이름
화장대 위 옷장 안 깊숙이
숨겨둔 엄마의 청춘 아래에 조금씩
조금씩 뿌려 놓아야 겠다 잊혀져서는
안 될 우리 스무 살의 이름을 |
무화과나무 - 스무 살에 바라본 나의 부모님
경영학부 문사랑
그들은 무화과나무였다.
봄부터 여름에 걸쳐 잎겨드랑이에 혹 같은 화서가 자라 열매로 성숙하기 때문에 무화과라 부르게 된 나무
내 눈길을 끌었던 혹 같은 화서, 수많은 나무의 열매 중 내 존재에 가장 걸맞은 이름을 가진 무화 과나무
허기진 노인의 늑골 닮은, 닭발처럼 모질게 비틀어진 나무 내 할아버지, 할머니 이웃집 아저씨, 아주머니 그리고 내 가난한 부모님 닮은...... 육손이 같은 두툼한 잎사귀 펄럭이며 땡볕 가려주고 몸 비틀어 비바람 막아주며 가을로 접어들면 암자색 열매를 맺어 별난 맛으로 즐거움 주던 담장 끝 지키던 오래된 나무. 굳은살 터지듯, 단단한 가지에서 빠끔빠끔 쳐다보던 연초록 새순들, 살갗을 간질이며 몇 번의 황사가 부르르 떨며 지나갔다. 복사꽃 그늘 텅텅 비어갈 때, 산비탈 한 쪽 가슴을 돌아 끊임없이 풀어내는 안개자락처럼 느슨해지던 그해 봄, 3차 계고장을 받았다. 하필이면 비둘기처럼 사뿐히 날아들어 무화과 나뭇가지에 얹혔다.
우리나라 최고 법, 도시계획 도로확장 법 여러 날, 아직 열매가 되지 못한 혹을 붙잡고 육손이 같은 손바닥을 밤새 흔들어 되며 오랫동안 이 궁리 저 궁리하며 멍든 자국을 치유해야만 했었다. 덕지덕지 붙어있는 진딧물이라면 육손이 몇 개 쯤 재물로 바칠 수도 있으련만, 아무리 가부좌 틀고 앉아도 마감의 시간 앞에서는 필사적인 외침이나 날카로운 비명 한 번쯤은 질러대야 하지 않겠는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시간 앞에 바스락거리는 텅 빈 주머니, 올올이 바람으로 채워졌던 구멍 난 길, 시간을 난도질 하며 뻘 구덕에 묶어 놓은 배처럼 발목 잡힌 채 허우적거릴 때, 그 해 황사는 더욱 심했다.
허공에 풀어 놓은 방패연처럼 막 날기를 시작하던 내 스무 살의 봄날 포클레인이 굴삭기가 물대포가...... 생방송의 현장에서 사라지던 무화과나무, 유달리 나무와 꽃들이 많았던 우리 집, 포클레인이 찍어내는 감나무, 은행, 살구, 앵두나무 뿌리째 붙잡고 망연자실하시던 부모님, 길 한 복판에 퍼질러 앉아 하필이면 무화과나무의 찍힌 뿌리를 어루만지며 실성한 듯 이리저리 끌고 다니시던 그 날 이후 난 지금까지 무화과나무를 가까이 본 적이 없다. 아니 애써 고개 돌린 것 같다. 달짝지근한 육질에 단물이 물컹물컹 씹히던 그 유혹이 나를 괴롭게 했다. 세상의 온갖 맛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콤한 맛, 아가의 주먹손 같기도 하고 도깨비 방망이로 얻어맞은 혹부리 영감 혹 같기도 한 별로 예쁘지 않는 열매, 유별스럽지 않고 무덤덤한 내 부모님의 사랑처럼 쩍쩍 달라붙던 달디 단 맛.
나는 이제 온갖 잡목이 어우러진 곳에서도 무화과나무를 분별할 수 있는 성년이 되었다. 그러나 무화과나무 같은 청년들은 아직 분별할 줄 모른다. 그래서 잘못 만지거나 잘못 바라보고 나서 한참 동안 눈 속에 모래가 날아든 것처럼 깔끄러웠다. 소설처럼 아름다운, 영화처럼 로맨틱한 사랑과 결혼을 꿈꾸어 보지만 아직은 환상이요 착각일 수 있겠다. 우리가 무화과나무가 될 수 없을 땐 진실도 꿈도 만들어질 수가 없겠다. 힘줄이 툭툭 불거져 닭발처럼 휘어진 손을 만들 수 없다면 두툼한 손바닥으로 세상을 움켜쥐고 비바람을 굴복시킬 수 없다면, 참새 혓바닥 같이 가볍게 날름거리는 나약한 손이라면 굳이 사양할 것이다. 그동안 내가 잡았던 무수한 손바닥들. 야들야들 부드럽고 뽀얗고 따뜻하고, 때로는 포근한 그러나 한참, 더 자라야 할 미숙한 손들이었다.
비 오던 날, “니 손가락 함 보자” 하시며 문갑 속에 감춰두었던 반지를 꺼내주시던 어머니 "웬 손이 이렇게도 못생겼는지 울퉁불퉁 힘줄은 또 왜 이렇게 많이 불거졌는지, 나도 너 만할 땐 뽀얗고 예쁜 손이었는데 지금은 누구 앞에 내 놓기가 부끄럽다. 할매 손 같아서 이 반지, 니 해라" 하시며 젊을 때 꼈던 반지를 내 손가락에 끼워주셨다. 18k 큐빅이 줄줄이 박힌 v자 이니셜이 새겨진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엄마도 이런 반지를 꼈던 때가 있었던가 내 약지에 끼워진 반지 한층, 있어 보이고 예뻐 보였다. 공주 손과 시녀 손이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고 넉넉한 저녁을 먹고 시녀 손은 설거지를 하고 걸레를 빨고 공주 손은 우아하게 앉아 스마트폰을 부드럽게 터치하며 월드컵 올림픽에서 안정환 선수의 반지 세레모니를 한껏 날려 보냈다. 잠깐의 무아지경 황홀경이었다.
그렇다 그런 것이다.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의 가격만으로 굴곡 없이 뻗은 미끈한 손만으로 내 삶이 완성되어 질 수는 없다. 비록 울퉁불퉁 마디가 어긋나고 비틀어져 곱지 못한 손이지만 그만한 고통의 댓가를 충분히 보상받는 손, 그 손바닥 속에 쥐여진 달디 단 과즙을 외면할 수는 없다. 나 역시 우주의 섭리 앞에 순응하는 자연의 일부이기에 한 생명체로 존재하는 동안 무화과나무처럼 울퉁불퉁 울고 웃으며 각이 비틀어진 골목길 구불구불 돌아가며 살도록 분류되어져 있을 것이다.
오! 분명한 것은 혹 같은 화서 또한 사랑의 열매라는 것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