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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동서백일장 시상식 개최

조회 10,811

2019-06-11 15:14

2019 동서백일장 시상식 개최

산문 <눈가리개> 쓴 경찰행정 조유진이 최우수상 받아

우수상 3명, 장려상 10명, 입선 20명도 선정

 

장제국 총장 시상식에서 “생각하는 힘, 표현하는 힘, 설득하는 힘

이 3가지를 갖춘 인재상을 요즘 시대는 원한다.

우리 학생들이 글쓰기 등을 통해 이 3가지 힘을 연마해 달라” 당부

 

민석교양대학은 6월 11일 ‘2019 동서백일장’ 시상식을 가졌다.

심사 결과 최우수 1명, 우수 3명, 장려 10명, 입선 20명이 선정됐으며 최우수상은 산문 <눈가리개>를 쓴 경찰행정학과 조유진 학생에게 돌아갔다.

조유진 학생은 ‘현실 위의 현실, 증강현실이 내 삶을 바꾸려한다’는 주제로 글을 써 최우수상을 받게 됐다.

5월 29일 개최된 2019 동서백일장에는 외국인 학생 18명을 포함해 352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동서백일장은 디지털 시대에서도 학생들의 감성과 생각의 폭을 넓히고 인문학적 소양을 높여주기 위해 매년 개최한다.


<수상자 명단>

최우수

조유진

눈가리개

우수

염지인

종이 위에 그려보는 이상

우수

진승록

삼떤틸백오딥원

우수

임은주

증강현실

장려

Sutanto Estrellita Rosellie

The Mistery of Life

장려

김지원

남쪽으로

장려

조시연

바다 한 바가지

장려

박준용

암전

장려

김수현

거미 부부와의 동거

장려

Koshbakhteeva Rushana

Loss of privacy in the Digitalera

장려

임예지

동서대에 다니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장려

박채빈

논센스

장려

김도연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장려

박혜진

다른 하나

입선

이종환

지하철에서

입선

송진혁

바람 맞은 사랑

입선

이채원

너의 뒤에 있을게

입선

이서영

엄마는 괘안타

입선

이영훈

따라 걷겠다

입선

강소현

기독교 정신은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나

입선

서영찬

무제

입선

최예서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꿈 이루기

입선

제이헌

2029년의 하루

입선

조효민

반복

입선

윤미선

청춘들에게, 꿈을 꿔라.

입선

이보현

나만의 ‘힐링루트’

입선

김현제

빛나는 호구

입선

김경은

드라마 - 나비

입선

권태욱

인간관계에 대한 간단한 고찰

입선

현경민

그러나 우리에게 선택지란 없다

입선

김민아

조용한 거리

입선

허수임

B와 당신

입선

김수영

무제

입선

권구일

20살이 될 때부터 지금까지의 나


<장제국 총장 시상식 격려 말>

지금 시대는 3가지의 힘을 함양한 인재상을 원한다. 첫 번째는 생각하는 힘, 두 번째는 생각한 것을 표현하는 힘, 그리고 세 번째는 설득하는 힘이다.

글짓기는 생각하고 상상한 것을 글로 표현해야 하고, 그 글에는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3가지 힘을 제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글짓기라고 생각한다.

오늘 상을 수상한 여러분은 3가지 힘을 갖춘 학생들이기에 앞으로 사회에 나가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이 3가지 힘을 잘 연마해나가길 바란다.


<최우수상 조유진 수상 소감>

글의 큰 주제는 ‘만약 지금의 20대가 지금의 노인 세대를 겪는다면 어떤 기분일까’였다. 지금 노인들은 디지털 세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젊은이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현상은 곧 우리의 미래이다. 우리 또한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지고 지금의 노인들을 이해하자는 바람에서 자조 섞인 문체로 표현해보았다.

이렇게 큰 상을 타게 되어서 기분이 정말 좋다.

글쓰기를 좋아해 백일장 참가 신청을 한 뒤 많은 준비를 했다. 참가하는 것으로도 좋았지만 제일 큰 상에 선정되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날아갈 듯이 기뻤다. 내가 쓴 글에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 동서백일장에 크나큰 감사를 느낀다.


눈가리개 : 2019 동서백일장 최우수작

글쓴이 : 경찰 행정학과 조유진

 

얼음장 같은 물을 잠궜다. 시끄러운 물소리가 멈추니 잊고 있었던 적막감이 귀를 때렸다. 그때 ‘똑’하고 수도꼭지에서 물 한 방울이 떨어져서 적막에 잠긴 정신을 깨웠다.

100세의 나이에 여전히 서서 설거지를 하는 것이 슬슬 부치기 시작하는 것이 온몸에 전해진다. 지금은 22세기를 1년 앞둔 2099년이다. 내가 20살 일 때 지겹게도 들려오던 100세 시대가 내 온몸을 관통하는 기분에 점점 익숙해져만 가고 있다.

세상은 마치 손 위를 흐르는 물과 같이 빠르게 나를 훑고 발전했으며, 내 손을 쥐고 남은 물은 손금에 맺힌 물방울만 남듯이 스치듯이 적응할 수 있었다. 이런 것이 있구나, 저런 것이 요즘 쓰이는구나만 알 수 있지 쓰는 방법은 부끄럽게도 전무하다 볼 수 있다.

옥신옥신하게 아려오는 무릎을 기듯이 걸어서 침대 위에 걸터앉아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았다. 이제는 구닥다리 유물이나 되어버려 아무도 쓰지 않는, 아니 쓸 환경이 안 되는 기계가 되버린 스마트 폰이 유일한 내 소통 도구이다. 다들 스마트 폰에 죽고 살고를 한 지가 80년이나 지났는데 나는 아직도 이놈에게 죽고 살고를 하고 있다. 친구들은 (아직도 살아있는 녀석들이 꽤나 있다.) 자식들이 선물해준 것이라고 턱하니 VR기계를 자랑했을 때 거참 효도 할 물건이 없어서 아무거나 사주는구나 생각하고 콧방귀를 꼈다.

 

“이 나이에 게임이라도 하려고?”

 

그런데 역으로 창피당한 것은 나였다. 이제 스마트 폰은 쓰지 않고 이 VR이라는 기계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불과 10년 전에 나온 기계가 온통 세상을 바꿀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나와 같이 스마트 폰 이상의 발전에 회의감을 느낀 사람들은 여러 가지 캠페인을 만들기도 했다. 아날로그 글짓기, 종이책 선전, 얼굴 마주보기 캠페인 등 아주 다양하였는데, 말로는 항상 같았다. 스마트 폰이 왕성하던 19년도에도 똑같은 캠페인을 했는데, 과연 통했었던가? 젊은이들(내가 젊은이였을 때)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었다. 그렇게 다들 편의와 대중에 편승하고 하나 둘 회의감은 사라졌다.

나만이 아직도 이 직사각형 기계에 매달리는 기분이다. 딸네 가족이 거금을 들여 최신 VR을 가져다주어 몇 번 써보았지만, 기분이 안 좋았다.

 

“딸, 나는 못쓰겠다. 너나 가져가서 손녀 줘.”

 

딸은 섭섭한 얼굴로 나를 설득했다.

 

“엄마, 40대까지만 해도 최신 폰이면 껌벅 죽었잖아. 이것도 스마트 폰이야 사용하는 방법만 다른거지 익숙해지면 똑같을 뿐만 아니라 더 편하다니까? 언제까지 조그마한 스마트 폰으로 우리 애기 얼굴만 볼 거야. VR 쓰면 감촉도 느껴지고 냄새도 전해지고 얼마나 좋아.”

성질이 나서 애먼 딸에게 냅다 VR 기계를 던지며 말했다.

 

“이게 사람 사는 거야? 이런 거 사줄 돈으로 네 딸이나 데리고 들르지 그래? 실제로 얼굴 보고 얘기하고 숨결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것 정녕 몰라! 속상해 너네 아버지였으면 아주 노발대발 하셨을 거야!”

 

딸은 한숨을 쉬고는 하얀 눈가리개 같은 VR을 가방에 주섬주섬 챙기더니 일어나 가버렸다. 극심한 후회와 함께 전기 새는 소리만 징하고 내 주위를 에워쌌다. 애써 그 숨 막히는 적막을 깨려 텔레비전을 틀어보았지만, VR로 모든 송수신을 바꾼 텔레비전에서는 나 같은 노친네를 위한 의미 없는 방송만이 흘러나오고 있어서 내 초라함을 가중시키기만 했다.

스마트 폰이 발달하던 나의 30,40대 때 텔레비전은 이미 쇠퇴하고 있었다. 그때 그럴 만도 생각한 내 자신이 괜시리 얄밉다. 나의 소통과 사회성의 전부였던 스마트 폰이 지금은 텔레비전 꼴이라니 자신에게 자조적인 감정만이 들었다.

나의 할머니가 쓰던 고물진 2G폰과 뚱뚱한 텔레비전, 우습게만 보던 것들이 지금의 내가 손에 들고 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여간 가슴이 답답한 게 아니다. 한없이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생각에 딸의 핸드폰으로 사과의 말을 했다. 허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전화로도 걸어보았지만 수신음만이 길게 들려올 뿐이었다.

걱정된 마음에 한동안 할 엄두도 안 나던 나갈 채비를 하고 나가니 대낮인데도 거리가 적막하다 못해 서늘했다. 그렇구나 다들 그 기계에 눈이 멀어 이제 현실로는 걸어 다니지 않는구나. 교과서나 동영상으로만 보던 미래의 사회는 푸른 발전이 아니라 파란 싸늘함이구나를 뼈에 깊히 새겨버렸다. 숨이 턱하니 막혀 냉큼 집에 오니 반나절을 울리지 않던 스마트 폰이 징하고 울렸다. 딸이었다.

 

‘엄마. 나야말로 미안해. 좀 더 엄마를 이해하도록 노력할게. 그런데 앞으로 스마트 폰 확인이 늦을거야…….’

 

아하 무슨 일이 있던 것이 아니라 보지 못한 것이구나. 그렇지만 가슴에는 큰 가시가 박힌 느낌이었다. 나 또한 할머니한테 메시지를 남기면 되지 않느냐고 전화를 받기를 원한 할머니의 마음에 가시를 박았었구나.

무릎이 시큰하고 평소 앓던 두통이 심해지는 기분이다. 분명 오랜만에 그 큰 변화와 충격을 상기해서일 것이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직접 방 불을 끄고 내가 직접 햇볕에 말린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워 잠을 청했다. 이 두통이 사라지기를 바라면서…….

 

개운한 느낌에 눈과 몸이 저절로 떠졌다. 몸을 일으켜 앉으니 발치에 누군가 앉아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여보 안 본새에 많이 늙었구먼.”

 

남편이 싱그럽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아니, 여긴 어떻게…….”

 

차마 말을 잇지 못하니 오랜만에 보는 남편의 입술이 달싹이며 말을 대신했다.

 

“내가 없어서 많이 서운했지?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어느 곳이 현실로서 역할을 하는지도 애매해져서 여보의 삶을 바꾸는 게 무서웠을 거야.”

 

남편의 따뜻한 손이 나의 손을 맞잡는다.

 

“무서웠어. 나는 현재로 만족하는데 주변에서 바꾸라고 해. 안 바꾸는 내가 죄인인 것 같아. 자기 장례식을 디지털로 하자고 자식 놈들이 그랬을 땐 정말이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남편은 그 큰 품으로 나를 안았다. 그의 그리운 향기가 나를 감싸져 왔다. 지독한 적막과 전기소리가 아닌 진짜 나의 사람.

 

“다 알아. 많이 힘들었구나. 이제 나랑 편히 쉬자.”

 

달콤한 말에 눈물을 한 방울 뚝 흘리며 주름진 손과 얼굴을 그의 품에 묻었다.

 

삐삐거리는 기계음 속 의사가 말을 한다.

 

“환자분의 평안한 꿈이 되셨길 바랍니다. 2099년 5월 29일 XX시 XX분 XX초 사망하셨습니다.”

 

한 여자가 싸늘해진 손을 잡고 엉엉 울며 말한다.

 

“엄마, 아빠를 평생 보고 싶어했잖아. 이렇게 보여줘서 미안해. 이제 그곳에서 편히 쉬어.”

 

여자의 남편이 우는 여자를 달랜다. 의사가 환자의 얼굴에서 하얀 눈가리개 VR을 떼어내니, 환자는 울면서 웃는 표정으로 그렇게 자신이 싫어하던 증강현실로 꿈을 이루고 영원히 21세기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