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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손으로 떠난 일본 교토대학 유학생활

조회 20,019

2007-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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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어려움 도전정신과 긍정적 사고로 극복

이제는 가장 많은 지원금 받는 박사 3년차

저는 동서대학교 토목공학과 94학번 황재홍 입니다. 2004년 3월 토목공학과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일본 교토대학 박사과정 3년차에 재학 중입니다. 제가 필을 들게 된 것은 타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저의 유학 생활을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유학을 생각하게 된 것은 2003년 동서대학에서 개최한 토목공학 한일공동세미나에 참석하고 나서였습니다. 내가 일본측 연구진들과 서툰 일본어로 대화하는 것을 보고 석사과정 지도교수님이 저에게 일본 유학을 권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외국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면 폭넓은 사고와 안목을 기를 수 있고, 심도 있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을 뿐, 어떻게 유학을 준비해야 하는지 뜬구름 같은 기대만 가득했습니다. 반드시 유학을 떠나겠다는 확고한 각오는 서지 않았지만 외국어 하나쯤 익혀 둔다면 언젠가는 요긴하게 쓰일 거라는 생각 아래 학교에서 일본어 교양수업을 들으며 틈틈이 일본어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석사과정을 마칠 때 쯤, 유학을 가야겠다는 각오가 확고해졌습니다. 유학을 결정하고 지도교수님과 상의도 하였고, 일본 내 전공 분야에 관련하여 발행되는 최근 3년치 정도의 논문저자를 조사하여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교수님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교토대학 도시사회공학 전공의 키무라 교수님이 담당하시는 연구실의 박사과정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입학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는 석 박사 정규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해당 연구실에 들어가서 원하는 과목을 청강하며 입시 준비를 하는 연구생 제도가 있는데 연구생 신청을 하는 데에만 약 1개월이 소요된다고 했습니다. 그 해의 입학시험까지 약 3개월이 남았었는데, 저는 1개월이라는 아까운 시간을 허비 할 수 없어서 차라리 연구생과정을 하지 않고 3개월 관광비자로 공부를 하겠으니 전공 교수님께 책상 하나만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원칙을 고수하고 규정 외의 청탁은 외면하는 것이 일본의 관습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교수님은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저는 석 달간 관광 비자로 머문 후, 시험을 통과하여 10월 학기부터 박사 과정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줄 몰라도 유학을 온 후 유학 생활을 무리 없이 해 나가는 후배들을 보기도 했지만 유학 전 미리 계획을 세워 놓고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면 좀 더 빨리 적응 할 수 있고 쉽게 학업에 몰두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부유한 형편에 유학을 온 것이 아니었기에 입학과 동시에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습니다. 바쁜 박사과정 1년 차에 연구실을 비우고 제 욕심만 채우자고 아르바이트에 전념할 수 없어서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은 새벽 신문 배달이었습니다. 새벽 4시에 기상해서 6시까지 배달을 하고 연구실에 나와서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시간과의 싸움에서 한계를 극복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저는 제 이름 석자 앞에 붙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힘들 때 일수록 저의 주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주체성이란 저를 지탱 시키는 자존의 힘이며 자존의 힘이란 남들이 저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 하루에 충실하며 자존의 가치를 쌓아갔습니다.
집에서 자는 것보다 학교 소파에서 자는 것이 편할 정도로 시간에 쫓기는 하루 하루였지만 이러한 생활을 통해 깨달은 삶의 의미는 값진 것이었습니다. 신문배달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자주 지각을 하는 저에게 신문 배달을 담당하는 아주머니는 자명종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또한 며칠 밤을 새우고 신문 배달을 하러 가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매니저 아저씨가 대신 신문을 돌려줘서 그냥 돌아 온 적도 있습니다. 어쩌면 저의 행동이 무책임하게 비쳐질 수도 있는데, 저 대신 신문을 돌려주고 자명종을 선물한 것은 그만큼 신뢰를 얻었다는 증거였습니다.
타국에서의 인간 관계는 인종을 넘어 인간 중심이라는 절대적인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 뜻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1년 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에 몰두한 결과는 장학금이라는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매달 일정액의 장학금을 받게 되었고, 또한 연구가 바빠지면서 신문 배달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유학 전, 개인적으로 알게 된 교토 대학의 선배가 있었습니다. 유학을 결심하고 그 선배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선배는 저의 청을 도외시했습니다. 어느 날 저는 적극적으로 사람관계를 돈독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선배를 찾아가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선배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조언을 해 주었고, 오사카에 소재한 섭남대학교 1,2학년 정보처리 과목의 강의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일본어에 능숙한 많은 선배들이 있는데 일본에 온지 1년도 안된 새내기에게 그 막중한 책임을 맡겨 주었던 것입니다. 강의하러 나가는 날이 다가오자 입이 마르고 어찌나 떨리던지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 고비를 잘 넘기고 저는 발전을 거듭해 2년간의 시간을 넘겼고, 마지막 강의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교토대학에서는 저 말고도 동서대학교 출신들이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유학 초기에 환경공학과 92학번 이병철 선배를 만났습니다. 제가 입학 당시, 그 선배는 박사과정 졸업을 앞두었는데, 가끔 찾아 와서 따뜻한 밥 한끼를 사주며 많은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그 선배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어느 날 선배는 저를 부르더니 재홍이 네가 지금 필요한 건 밥 한끼가 아니라 돈이라며 제 손에 일만 엔을 쥐어주고 가셨습니다.
그때 저는 고마움과 이국에서 같은 민족이라는 돈독한 동질감에 가슴 벅찬 눈물을 흘렸습니다. 또한 저와 같은 94학번 박백수는 교토대학에서 힘든 생활을 함께 하는 동료이자, 친구로서,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길지 않은 유학 생활이지만 돌이켜 보면 힘든 일이 많았지만 한계에 도전하며 극복해 냈을 때의 보람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저는 유학을 오려는 후배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단지 부모님의 성원 아래, 대학이라는 타이틀을 따기 위해, 또는 개인의 명예를 빛내기 위해 유학을 온다면 아무리 풍족하고 부족함이 없어도 타국에서의 생활은 힘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유학을 와서도 도전정신이 없고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한다면 그 인생은 더 이상 발전이 없습니다. 진취적인 정신과 긍정적인 자세, 올바른 사고력을 갖추었을 때, 가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항상 힘들다고 푸념을 늘어놓으면 다가왔던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갑니다. 자신이 가진 비전을 자신 있게 실천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줄 때, 주위의 사람들도 동조하며 따라와 줍니다.

저는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유학을 왔지만 지금은 교토대학 내에서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폭넓은 경험과 인맥을 쌓았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동서대학교 후배 여러분도 자신만의 비전을 꿈꾸고, 그 비전을 실천하며 다듬어 나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학부 때 지도해 주시고 항상 따뜻한 말씀으로 조언해 주신 토목공학과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마지막으로 일관된 가르침으로 연구자의 길을 가르쳐 주신 이광열 교수님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저는 도전하는 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걸 알고 있기에 이 도전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후배 여러분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해서 애정을 가지고 몰두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답고 보람 있는 것인지 체험해 보길 바랍니다.

2007년 1월 24일 일본 교토에서 황재홍(동서대 토목공학과 94학번)

 

교토대학은

1897년 관립 종합대학이 된 교토(京都)대학은 일본 간사이(關西) 지역 교육을 대표하며 도쿄대학과 함께 일본 최고의 국립대학으로 꼽힌다. 세계대학 순위 평가에서도 매년 20위권을 유지하는 세계적인 대학이다.
도쿄대학이 주로 관료 양성 중점 대학이라면 교토대학은 학자를 양성하는 대학원 중심 대학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교토대학은 15개 대학원과 10개 학부, 13개 부설연구소, 박물관, 방사성연구소 등 17개의 교육시설과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재학생은 학부와 대학원을 합쳐 2만여명. 1949년 일본 최초로 노벨상(물리학)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 박사를 시작으로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수학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도 2명이나 나왔다. 교토대는 학생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